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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첫 책 쓰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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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지글) 2. 고통|② 건강 염려증 -5
(절정 1)
그 후로 똑같은 증세가 가끔씩 나타났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죽을 것 같은 공포. 도저히 통제되지 않는 감정이 이따금씩 나타났다. 시작은 늘 같았다. 알 수 없는 공포가 파도처럼 밀려오는 느낌으로 늘 시작되었다. 하지만 나는 파도를 피할 수 없었다. 공포의 해일이 밀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 자리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늘 파도에 휩쓸렸다.
한 번은 회사 건물 계단을 내려가던 중 죽음의 공포에 휩싸였다. 단지 5층에서 2층으로 내려가던 중이었다. 내게 그 순간은 세상 끝으로 가는 길처럼 느껴졌다. 영화를 보던 중에도 비슷한 증세가 몰려왔다. 특히 공포나 사이코틱한 소재의 영화를 볼 때면 더욱 자주 그런 증세가 나타났다. 퇴근길 버스에서도 종종 그런 느낌을 받았다. 끝없는 나와의 싸움이었다. 아니, 일방적이게 공포의 채찍을 맞아야 했다.
나는 그 고통이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주위 사람들에게 나의 통증과 가슴 답답함, 호흡 곤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이렇게 말하고 다녀야,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 해결책이라도 얻을 수 있게 될 것 같았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악이었다. 그러던 중. 직장 동료였던 40대 중반인 여성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
"그거 겔XX 현탁액 먹으면 해결되잖아?"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녀가 말하길, 가슴이 쓰리고 답답할 때, 위산 과다 증상 치료약을 먹으면 된다는 이야기였다. 그걸 먹으면 즉시 효과가 있다고 했다. 어떻게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을까? 그녀는 무덤덤했다. 그녀의 모습에 의사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의사는 내게 아무렇지도 않게 '약 먹으면 낫습니다'하고 무미건조하게 이야기했다. 나는 고통을 견딜 수 없어서 울기까지 했다. 다 큰 성인 남자가 울기까지 했다. 그 정도로 괴로웠다. 어떻게 그런 나에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을까? 나는 그들이 미웠다.
"당신들이 내 아픔을 알아?"
그들은 내 고통을 공감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것은 상처였다. 내 마음은 가리가리 찢어졌다.
이유 없이 몸에 마비가 오는 것.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과호흡에 따른 증상이라고 했다. 큰 불안을 느끼면, 실제로는 호흡을 하고 있지만 뇌에서는 숨을 쉬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더 많이 호흡하게 된다. 과도한 호흡은 이산화탄소를 과다하게 배출하게 만든다. 동맥혈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정상 범위 아래로 떨어지면 호흡 곤란, 어지럼증, 저리고 마비되는 느낌,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과호흡 대처 방안을 찾아보니, 비닐봉지를 입에 대고 호흡을 해 보라는 조언이 있었다.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이후로 나는 비닐봉지를 늘 지니고 다녔다. 약 한 달 동안 10번 정도 사용했다. 다행히 열에 아홉은 비닐봉지를 대고 호흡하는 것으로 해결이 되었다. 하지만 때로는 비닐봉지로도 해결되지 않는 지옥을 경험했다.
하지만 그런 증상도 적응이 될 수 있었던 걸까? 시간이 흐르고 증상이 반복되어 나타날수록 나는 점점 더 무뎌졌다.
- 계속 -
생각하고 자료 찾고 글 쓴 시간 : 60분
글자 수 : 공백 제외 1,114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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