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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첫 책 쓰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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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지글) 4. 느낌|① 나도 수영할 수 있다 -3
(전개 b)
하루 4천 원도 되지 않는 돈으로 즐기는 호사
언젠가 수영장 여성 회원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여자 샤워실 풍경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어렴풋이 들어본 바. 여성들이 사용하는 샤워장은 시장통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탈의실은 때로 음식을 나눠 먹고 커피를 함께 마시는 친목 장소로 사용되는 듯했다.
여성들 샤워실의 경우, 샤워기 하나당 2명이 쓰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다. 머리 말릴 드라이기가 부족해서 직접 들고 다닌다는 기이한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정말 그렇다고? 남자들이 이용하는 샤워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전 10시에 수영을 배우는 남자는 거의 없었다(어쩌면 내가 다니고 있는 수영장이 지방이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이 시간대에 수영장에 출입하는 남자는 교대 근무로 일하는 아저씨들이거나, 근무 시간이 자유로운 남자들, 그리고 학생들이었다. 나 같은 백수도 몇몇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샤워실이 사람들로 붐비는 경우는 드물었다. 나는 샤워를 할 때 타인과 최대한 떨어져서 씻었다. 나와 다른 사람 사이에는 늘 빈 샤워부스가 있었다. 각자의 샤워부스를 이용하고 있어도 바로 옆에 있으면 거슬렸다. 그런데 여성들은 하나의 샤워기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니.. 맙소사.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남자들은 보통 서로 몸이 닿는 것을 끔찍이 싫어한다). 물론 이것은 남자라서 느끼는 감정이다. 여성들은 아무렇지도 않을지도 모를 일이니깐.
탈의실의 경우도 전혀 다른 풍경이 그려지고 있었다. 남자들은 샤워를 마치고 옷을 입은 즉시 탈의실에서 사라진다. 가끔씩 탈의실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선풍기를 쐬거나 스마트폰을 하는 사람을 목격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벗어난다. 친목 활동은커녕, 침묵 활동이 주를 이루는 공간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오전 10시에 수영장을 이용하는 일은 남녀의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서로 다른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자인 나로서는 오전 10시에 수영장을 이용하는 일은 온전한 힐링이다. 물론 백수이기 때문에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전 10시 이후의 남자 샤워실은 늘 고요하고 평화롭다. 대략 5만 원에서 10만 원, 하루 4천 원도(국공립의 경우다. 사설은 훨씬 더 비싼 것으로 알고 있다) 되지 않는 돈으로 수영을 배우는 것은 물론이고, 샤워실의 온탕과 사우나를 맘 편히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수영 수업을 마치고 15분에서 20분 정도 늦게 샤워실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그 공간이 나만의 것이 되기도 한다.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샤워를 즐길 수 있다. 때때로 온탕에 들어가 침묵 속에서 명상을 즐기기도 한다. 한 번은 샤워장에 아무도 없을 때가 있었다. 그 넓은 공간을 홀로 사용하고 있자니 로마제국의 귀족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공공의 장소를 홀로 이용하는 기분은 정말이지 만족스럽다. 샤워를 마치면 파우더룸으로 향한다. 몸과 머리카락을 말리는 일은 수영 일과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다. 나는 선풍기를 틀어 놓고 몸을 말린다. 그리고 드라이기를 이용하여 여유롭게 머리를 말린다.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긴다.
- 계속 -
생각하고 자료 찾고 글 쓴 시간 : 80분
글자 수 : 공백 제외 1,171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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