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일상

Q. 올해 누군가 했던 말 중 기억에 남는 것은?

호당이 2024. 12. 28. 17:39
반응형

Q. 올해 누군가 했던 말 중 기억에 남는 것은?

 


 

A. 올해 초반기에 기억에 남는 말은 "잘하고 계십니다"이다.

올해 후반기에 기억에 남는 말은 "어이쿠, 귀하다"이다.

 

 

1.

"잘하고 계십니다"라는 말은 올해 초에 수영장에서 듣게 되었다.

 

나의 경우, 수영을 배우러 가면 맨 앞자리(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자리를 굉장히 싫어한다)에 서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초에도 자연스럽게 1번에 섰다.

당시에 수영반에 새롭게 등록한 여성분이 한 명 있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2번에 섰다.

 

그런데 막상 수영을 해 보니 2번 여성이 나보다 더 능숙하고 빠른 듯했다.

가장 빠른 사람이 1번에 서는 것이 수영장의 암묵적 규칙이다.

바짝 추격해 오는 2번 여성이 부담스러워 그녀에게 말했다.

 

"제가 좀 느린 것 같지 않나요? 앞에 가시겠어요?"

 

그녀가 말했다.

 

"잘하고 계십니다."

 

그런 답변이 돌아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아뇨 괜찮아요'라던가, '제가 천천히 갈게요'라고 말하거나, '알겠어요. 앞으로 갈게요'를 예상했던 나에게 그것은 예상외의 대답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말이 뇌리에 꽂혔다.

 

나로서는 '잘하고 계십니다'라는 표현이 긍정적이게 다가왔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아졌다.

왜 기분이 좋아졌던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생각해 보니 이유는 단순했다.

그 말은 타인을 응원해 주는 말에 가까웠다.

자신의 입장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상대를 응원하는 표현으로 돌려 말하며 간접적으로 거절을 표현한 것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거절의 표현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그때 분명히 알게 되었다. 

 

 

2.

"어이쿠, 귀하다"라는 표현은 TV 예능 프로그램, 《텐트 밖은 유럽, 로맨틱 이탈리아》편을 시청하다가 듣게 되었다.

출연진으로 곽선영 배우가 나온다.

그녀의 표현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라미란 배우가 운전을 하다가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덕분에 드라이브~ 좋았어~"라는 표현을 했다.

빵을 잘못 잘랐다는 이주빈 배우에게, "어? 그럼 더 맛있지!"라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어느 편에서 보았는지는 모르겠는데(찾아보았으나 결국 못 찾았다ㅠ),

소소한 무언가를 바라보며 "어이쿠, 귀하다"라는 표현을 쓴다.

 

그 장면을 보고 얼른 메모를 해 두었다.

그녀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곽선영이라는 사람을 잘 알지 못하지만, 그녀의 표현 방식만 보고도 그녀가 세상을 얼마나 아름답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고귀하게 느껴졌다.

메모를 해 두었던 이유는 나도 그런 표현을 자연스럽게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같은 것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진다.

또한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이 완전히 달라 보인다.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그 사람의 내면이 밖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은 주위의 사람에게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준다.

그러니 표현 방식에 언제나 신경을 써야 한다.

 

 

올해 누군가 했던 말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