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 아니! 계획한 대로 걷는다 (4.느낌 | 3-9)
[백수의 첫 책 쓰기 프로젝트]
책 - 목차로 이동
(꼭지글) 4. 느낌|③ 여행이 주는 즐거움 그리고 깨달음 -9
(전개 e)
불쾌한 기분을 없앨 수는 없었지만 어찌어찌 모텔에서의 밤은 잘 지나갔다. 처음에는 바퀴벌레 때문에 불안했다. 하지만 일단 잠자리에 들었을 때는 깊은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그만큼 침대가 푹신푹신하고 따뜻하여 포근했다. 깊은 수면을 취할 수 있었다. 처음에 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일자로 누워서 불편하게 잠이 들었다. 조금 시간이 흐른 이후에는 침대 전체를 편하게 사용하며 수면을 취했다. 덩치 큰 남자는 덥다며 에어컨을 심하게 켜 놨었는데, 나는 추위를 견딜 수 없어 침대 전기장판을 최대치로 올리고 잠이 들었다. 얼굴은 차갑고 등과 엉덩이에는 땀이 흥건했다.
(퇴고 때 초반부에 추가로 넣을 이야기)
memo) 이 꼭지글 마지막에 넣어도 좋을 듯하다. 에필로그 느낌으로 말이다.
하루에 1~2시간 걷는 것이 몸에 배어 있어서, 가끔씩 5~6시간 정도 걷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무거운 배낭이 나의 발목을 잡았다. 걷는 게 그리 힘들지는 않았으나,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는 것은 달랐다. 걷는 거리가 늘어날수록 나의 발은 평상시보다 많은 피로가 누적되었다. 결국에는 통증이 찾아왔다. 발바닥 중앙에 가시라도 박힌 듯,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발바닥이 지면에 닿을 때마다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인상이 저절로 찡그러졌다. 나는 덩치 큰 남자에게 말했다.
"발바닥에 통증이 다시 시작된 것 같아."
그는 나의 발바닥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사실을 이미 여행 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내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걷는 양을 줄일까?"
나는 대답했다.
"아니. 그냥 계획한 대로 걷자."
목표한 도보 여행은 시작되었고, 이미 우리는 걷고 있었다. 발바닥 통증이 찾아왔지만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이 여행을 제대로 즐기고 싶었다. 그래서 통증에 대한 대응 방식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통증으로 괴로워하고 절망하기보다는 그 상태를 즐겨보기로 했다. 생각을 바꾸자 훨씬 더 걷기가 수월해졌다. 이내 여행의 순간순간을 몰입하며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날 저녁, 덩치 큰 남자의 발을 보니 물집이 터져 피가 흐리고 있었다.
"뭐야? 그러고 걸은 거야? 걷는 양을 줄이자고 말하지 그랬어?"
이번에는 내가 그를 걱정했다. 그러자 덩치 큰 남자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계획한 대로 걷는다."
그는 내가 발바닥이 아프다고 말했을 때, 자신도 물집이 잡힌 상태였다고 했다. 내가 계속해서 걷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자 자신도 계속 걷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우리에게 걷느냐 멈추느냐는 그저 내면의 문제였다. 발의 통증은 우리에게 그 어떤 영향도 주지 못했다.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대로 길을 걸어 나갈 뿐이었다. 그 어떤 것도 우리를 방해할 수는 없었다.
- 계속 -
생각하고 자료 찾고 글 쓴 시간 : 40분
글자 수 : 공백 제외 96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