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꿀꺽 꿀꺽 꿀꺽. 키야아! (4.느낌 | 2-4)
[백수의 첫 책 쓰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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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지글) 4. 느낌|② 캠핑이 즐거운 이유 -4
(전개 a)
밤바다의 매력은 시원한 바다 냄새를 맡고, 바람을 느끼고, 파도 소리를 듣고, 고요한 어둠 속에서 은은한 달빛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그곳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담소를 나눈다면 정말이지 완벽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걱정과 번뇌를 완전히 잊고 무한한 평화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 밤바다에서의 캠프파이어는 그런 맛이 있다.
바닷가로 캠핑 의자와 음식을 가져온 우리는 편히 앉아서 덩치 큰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덩치 큰 남자는 앞서 산에서 들고 내려온 통나무에 불을 붙이기 위해 가진 수를 다 발휘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을 붙이기가 쉽지 않았다. 보다 쉽게 불을 붙일 착화제가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불쏘시개로 사용할만한 잔나무가지와 종이를 모으기는 했으나, 그것만으로는 습기를 머금고 있는 커다란 나무 덩어리에 불을 붙일 수는 없었다. 그는 연신 토치를 이용하여 불을 붙이는 시도를 했다. 도끼를 이용하여 나무에 흠집을 내기도 했고, 나무를 이리저리 옮기며 불을 붙이려고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뚱뚱한 남자와 나는 그저 그를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다. 덩치 큰 남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도움 받길 싫어했다.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빼앗기기 싫다고 표현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 그는 고생을 즐기고 그렇게 얻은 성취감에 희열을 느끼는 특이한 성향의 남자였다. 그래서 우리는 그저 그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괜히 돕는다면 잔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좋았다. 그런 그의 행동이 우리에겐 좋은 안주거리가 되어주었다. 게다가 우리는 힘도 들이지 않고 그가 만들어 놓은 모닥불을 구경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음료와 술을 마시며 그를 바라보았고, 가져온 간식을 게걸스럽게 먹었다. 산에서 나무를 들고 내려오는 고된 노동으로 상당히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도 덩치 큰 남자는 먹는 것을 거부하고 그저 불을 붙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1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겨우 통나무에 불이 붙었다. 덩치 큰 남자는 그제야 캠핑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맥주 한 캔을 딴다.
"꿀꺽 꿀꺽 꿀꺽. 키야아!"
그는 맥주 한 캔을 한 번에 들이마신 이후에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갈증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마시는 맥주 한 모금을 좋아했다. 나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갈망하던 맥주를 한 모금 마셨을 때의 그 기쁨이 얼마나 클지는 충분히 예상이 된다.
이제 우리에겐 침묵이 감돈다. 어둠이 우리를 감싼다. 일렁이는 모닥불은 타닥타닥 타오르고, 차가운 파도 도는 쏴아아 부서진다. 뚱뚱한 남자가 틀어 놓은 조용한 발라드가 공간 속에 희미하게 흐른다. 그날은 가수 아이유의 노래가 그의 휴대폰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감미로운 목소리는 우리의 마음을 두드렸다.
- 계속 -
생각하고 자료 찾고 글 쓴 시간 : 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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